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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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관상과 미래 그리고 성의 해석
관상(觀相)으로 삶과 능력을 알아볼 수 있을까. 유사 이래 인간은 미래에 대한 궁금증, 사람에 대한 신뢰 여부로 고민해왔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관상이다. 이 행위를 단순화 하면 잘 먹고, 잘 살고, 즐겁게 사는 방법 찾기다. 요즘으로 생각하면 유전 요소 DNA 해독 작업이다. 얼굴의 암호를 풀어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노력이다.
관상이 수천 년 동안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인간 판단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사람을 평가할 때 신언서판(身言書判) 용어를 썼다. 다양한 능력의 균형적 인간상을 보려는 의지다. 이중에서 겉으로 드러나 쉽게 분별 가능한 게 신(身)이고, 그 핵심은 얼굴이다.
관상의 기원은 중국의 전설시대인 요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자리매김 된 관상은 남북조시대에 달마대사에 의해 입지를 굳힌다. 인도에서는 석가모니 시대 이전에 관상가가 출현한다. 서양에서도 메소포타미아 시대에 이미 관상을 본다. 고대 그리스를 거쳐 근대 골상학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관심이 높아졌다. 도교 불교와 함께 자연스럽게 관상학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 관상은 유명인의 일화 덕분에 민간에 급속하게 전파되었다. 고려 승려 혜징이 이성계를 본 뒤 새 나라를 창업할 인물로 예언한 게 좋은 예다. 조선 세조 때의 재상인 한명회의 얼굴형을 본 관상가는 ‘정승감’으로 점찍기도 했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관상의 핵심은 해석이다. 많은 사람에 의해 풀이된 내용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크고 긴 귀는 장수와 자손 번성, 작고 검은 눈동자는 재복, 넓고 둥근 코는 재운 등의 해석이다. 성과 관련한 해석도 다양하다. 눈 꼬리가 붉으면 호색가, 귀에 점 있는 남자는 정력가, 콧구멍이 크고 깊거나 인중이 넓고 깊은 경우, 붉은 입술, 가지러한 누런색 치열 소유자도 성적 관심이 높은 사람이라는 해석이다.
관상의 정형화된 해석이나 관상 자체에 대한 비판 소리도 적지 않았다. 고려의 문인 이규보는 관상이 믿을 것이 못 됨을 이상자대(異相者對)라는 글에서 고발한다. 관상 책도 읽지 않은 한 사람이 기존의 해석과는 다르게 풀이하는 내용이다. 이 글에서 관상가는 반어법을 쓴다. 눈 먼 사람에게 ‘눈이 밝다’, 건강한 사람에게 ‘절름발이’라고 표현한다. 단순하게 현실적인 모습이 아닌 마음의 모습을 관찰하는 게 진짜 관상학이라는 역설적 표현이다. 가령, 맹인은 세상 물건이 욕심을 갖지 않기에 밝은 눈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조선의 정약용도 “얼굴은 생활에 따라 변한다. 얼굴 형태에 따라 여러 설을 주장하는 것은 망령된 짓”이라고 일갈했다. 이규보와 정약용은 관상을 혹세무민의 허황된 일로 보았다. 이는 당시의 운명론적인 시각과 얼굴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이를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나친 외모 지상주의 분위기 탓에 너도 나도 성형수술을 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다. 외모의 부족함을 개선하여 자신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권장할 사안이다. 하지만 외모집착증은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외모는 과거, 현재를 말해주는 DNA다. 지금 상태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미래 판단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매일 변하고, 삶은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얼굴 형태에 따라 인생과 운명이 정해져 있을 수가 없다. 다만, 얼굴이나 외모는 그 사람의 기운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잘 웃는 사람의 얼굴과 항상 찡그리는 사람의 얼굴은 근육의 배치도 다르고 주름의 구성도 차이가 있다. 얼굴 빛을 통해서도 건강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생활 양식도 가늠할 수 있다. 외부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실내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안색이 다르다. 창백한 정도와 피부색의 고른 정도는 상대 건강을 이해하는 좋은 단서가 된다.
한방에서는 오랜기간 관형찰색(觀形察色)을 통해서 환자의 건강을 평가해왔다. 증상과 형색(形色)의 상관관계를 오랜기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정리했다. 이를 기반으로 진단의 근거를 삼는 것이 망진(望診)이다. 성능력도 어느 정도는 얼굴을 통해 관찰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맹신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드러나지 않은 요소들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얼굴이 밝고 웃는 인상은 신체적, 감정적 건강수준이 높다고 판단될 수 있다. 통증이 있거나 불안하다면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자신감이 넘칠 때 나오는 표정이 가장 경쟁력있는 관상이다.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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