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즘과 수선화, 미소년과 부인병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6-08-16 09: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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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로 보는 성(性) 인문학 시리즈


​​유사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정택 후후한의원장이 영원한 테마, 성을 인문학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정택의 성(性)으로 본 인문학

 

<71> 나르시즘과 수선화, 미소년과 부인병
 
소비문화 시대다. 상품과 서비스 매매, 소비가 문화적 지배를 받는 시대다. 공유정신에 바탕을 둔 협력적 소비다. 공동구매, 교환, 협력을 예로 들 수 있다. 소비문화 시대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도 한다. 이 점에서 보면 소비문화의 첫 출발은 거울로 볼 수 있다. 사람은 가꾸기 위해 거울을 본다.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시를 바로잡고 얼굴을 화장한다.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보는 거울은 타인을 더 의식하게 만든다. 또 자신을 거울에 빠지게 한다. 더 아름답기 위해 거울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때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 나르시스트가 된다. 거울이 없던 원시시대에는 자신의 얼굴에 빠질 수 없었다. 거울이 발명되면서 사람은 얼굴 나르시즘(Narcissism)이라는 새로운 질병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나르시즘을 정신분석학에서는 자기애(自己愛)라고 번역한다. 그리스 신화 속의 나르키소스는 고결한 미소년이다. 예쁜 소년에게 남녀 요정들이 구애를 했다. 도도한 그는 많은 이의 고백을 무시했다. 상처 입은 사랑은 증오로 변할 수 있다. 사랑을 거절당한 에코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청을 했다. “나르키소스에게 저와 똑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주소서.”


복수의 여신은 나르키소스에게 저주를 걸었다. 양떼를 몰고 가다 갈증을 느낀 나르키소스 작은 호수를 찾았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에 푹 빠진다. 그는 물속의 미소년을 사랑하게 된다. 자신의 모습에 취한 나르키소스는 호수로 걸어 들어가고 숨이 멎는다. 그가 죽은 자리에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나르키소스(Narcissus)이고, 우리말로는 수선화다.

자기를 사랑하다 죽고, 다시 피어난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 자존심, 신비, 고결이다. 자기 모습에 취한 것은 나르시즘(narcissism)이라고 한다. 나르시즘은 독일의 정신과 의사 네케가 1899년에 만든 조어다. 자기의 육체를 이성의 육체를 볼 때와 같은 황홀감을 느끼는 증세다. 프로이트는 이를 정신분석에 적용해 이성의 그리움, 자기애의 집착 등으로 설명했다.

외양이 미모의 소녀를 연상시키는 수선화는 한의학에서도 사랑과 연관된 질병 치료에 활용된다. 꽃과 비늘줄기가 월경 조절, 생리불순, 자궁질환을 다스리는 데 처방된다. 핼액순환 촉진과 열을 내려주는 성질이 있어 감기와 피부염, 풍병에도 효과가 있다. 뿌리는 악성종기, 관절염 등에 사용된다. 수선화는 독성이 없어 복용이나 발라도 좋다. 다만 몸이 차고 맥이 약하다면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나를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수선화의 우리나라 군락지는 제주도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에 유배된 뒤 수선화의 아름다음에 일어나는 시흥을 억누르지 못했다. 동네마다, 밭이랑 마다, 거리마다 흰 뭉개구름 처럼 핀 수선화를 소담스런 눈송이, 광활한 꽃의 바다로 표현했다. 수선화가 지천으로 널린 제주는 천하의 관광지로 묘사했다.

그러나 김정희는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현실도 이야기한다. 여기저기서 솟는 수선화로 인해 제주 사람이 몹시 힘들어 한다는 내용이다. 요즘엔 큰 관광자원이겠지만 농사짓던 당시는 밭에서 뽑고 뽑아도 또 나는 원수 같은 존재였다. 그나마 소와 말의 여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제주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신혼 여행지다. 그리스 신화를 연상 시키는 아름다운 섬, 사랑의 꽃인 수선화가 전체를 덮었던 섬이다. 신혼여행과 수선화 그리고 제주도, 신화와 역사의 인연이라고나 할까. 


글쓴이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으로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성의학계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한의사로 2013년에 조루증치료 한약 조성물인 기연탕을 특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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