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봄을 여는 나무, 버드나무가 전하는 메시지

글. 이창석 국립생태원 원장(서울여자대학교 연구석좌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09 0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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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사람의 옷차림이 아니라 자연이다. 산과 들을 천천히 걸어보면,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식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존재가 바로 버드나무류다. 다른 나무들이 아직 망설이는 사이, 버드나무는 이미 꽃을 피우고 연둣빛 잎을 활짝 펼치며 봄의 시작을 알린다 (사진 1). 그야말로 자연 속 ‘얼리버드’라 할 만하다.
 

버드나무의 특징은 단지 일찍 깨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을이 깊어져 다른 나무들이 잎을 떨굴 때도 비교적 오랫동안 잎을 유지하며 광합성을 이어간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은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환경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잎을 빨리 내고 늦게까지 유지하는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드나무는 일반적인 산림 수종에 비해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는 잠재력이 크다. 더불어 깊고 넓게 발달한 뿌리는 지하수위 아래까지 뻗어 비점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사진 1. 주변의 산림 수종은 아직 꽃이나 잎을 내지 않고 있지만 수변의 버드나무는 꽃을 피운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잎도 활짝 피우고 있다.

버드나무의 가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나무는 발달한 뿌리 구조를 통해 하천과 제방 주변의 토양을 단단히 고정시켜 토양 유실을 방지하고, 제방의 안정성을 높인다. 또한 버드나무 숲은 홍수 시 물의 흐름을 완전히 막지 않으면서도 유속을 완화시켜 수위를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인공 구조물처럼 물길을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피해를 줄이는, 자연친화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방재 수단인 셈이다.
 

이처럼 버드나무는 탄소흡수, 오염 저감, 수해 완화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인간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생태계 서비스 제공자다. 그럼에도 최근 하천 주변 곳곳에서 버드나무를 비롯한 자연 식생이 무분별하게 제거되고 있는 현실은 우려를 낳는다. 하천 정비나 경관 개선을 이유로 식생을 베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는 자연의 기능을 단순히 ‘정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깔끔한 경관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의 균형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홍수나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환경을 초래할 수 있다.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해 온 기능을 인간의 판단으로 쉽게 제거하는 일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버드나무와 같은 수변 식생은 하천과 호소 등 습지생태계의 복원과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자연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버드나무 숲이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도 인공적으로 완벽히 대체하기 어려운 가치들이다. 탄소를 흡수하고, 홍수를 완화하며,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가 되는 이 숲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시스템이다.


봄날, 하천을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를 바라보며 그것을 단순한 풍경으로 지나치기보다,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과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을 한 번쯤 떠올려 보기 바란다. 자연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지금, 버드나무 숲이 전하는 조용한 메시지에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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